연근/읽은거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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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흙은 헐겁다 :: 자전거 여행(발췌)
시/에세이, 자전거 여행김훈 더보기p.14-16 '봄의 흙은 헐겁다. 언 땅이 녹고 햇볕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흙의 관능은 노곤하게 풀리면서 열린다. 봄에 땅이 녹아서 부푸는 과정들을 들여다보는 일은 행복하다. ' '겨울에는 봄의 길들을 떠올릴 수 없었고,봄에는 겨울의 길들이 믿어지지 않는다.' ' 바람에 흩날리는 그 잠시 동안이 매화의 절정이고,매화의 죽음은 풍장이다. ' '동백은 피어서 군집을 이루지 않는다.개별자로 피어나는 그 꽃들은 제가끔 피어서 제가끔 떨어진다.절정에서 바로 추락해버린다.그래서 동백이 떨어진 나뭇가지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다.문득 있던 것이 문득 없다.뜨거운 애욕의 정념 혹은 어떤 고결한 영혼처럼. 더보기p.25 '풀싹들은 헐거워진 봄 흙 속의 미로를 따라서 땅 위로 올..
2024.08.21 -
사람처럼 가지도 울어야 쓴맛이 없어진단다 :: 파리의 심리학 카페
인문학, 파리의 심리학 카페 인생 : : 인생이 내 마음처럼 흐르지 않는 순간들 세상은 언제나 불공평하다.삶은 언제나 불공평하다.그저 인생의 진리일 뿐. 세상은 공평하면서도 인과응보의 법칙이 통하는 곳이 아니다. 나는 이 사실을 너무 빨리 깨달았다.그래서 내가 선택하지 않은 현실에 분노하기도, 한없이 작아지기도 했다.남들과 다른 출발점이 싫었고 거기서 파생된 얇은 자존감을 부정했다. 책에서는 주어진 태생적인 조건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불운한 일을 마주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불행에 머무르는 것은 우리의 선택일 뿐이니까요. 그러니 억울해하지도 말고 아쉬워하지도 말자.잃어버린 과거를 충분히 슬퍼하고 앞으로 나아가 보자 :-) 할머니는 언제나 가지를 소금에 절여 물기를..
2024.07.08 -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 천 개의 파랑
SF소설책, 천 개의 파랑 소설의 구성은 독립된 사건들을 나누어 보여주고 있는 것 같지만,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든 것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소설은 어느 세 모녀와 경마기수 '휴머노이드(콜리)'에서 일어나는 관계를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다.천 개의 단어만 내장된 콜리는 다른 휴머노이드와는 달랐다.세상과 인간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했고, 경주마 '투데이'의 심장박동을 떨림으로 인식하여진동을 느끼는 순간을 행복이라고 정의내렸다. 차가운 쇳덩이에 불과한 콜리는 행복이 무엇이냐고 묻는 연재에게 이렇게 말한다. " 살아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에요. 살아 있는 건 호흡을 한다는 건데, 호흡은 진동으로 느낄 수 있어요. 그 진동이 큰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에요. " 연재는 그런 콜리의..
2024.07.02